1934년, 장제스는 공산당을 축출하기 위한 대규모 공세를 펼친다. 포위와 압박을 피하기 위하여 중국 공산당은 그간의 근거지였던 중국 동남부를 떠나게 된다. 이들은 국민당군의 추격을 피하며 1년간 지구 두 바퀴가 넘는 거리(96,000 킬로미터)를 이동, 서북부 산시성에 근거지를 마련하게 된다. 잦은 전투와 장기간의 도피로 출발 당시 10만에 육박하던 홍군의 규모는 6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마오쩌둥을 포함한 지도부가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된다. 이 사건은 훗날 ‘대장정’이라고 불리며 중국 공산당의 상징이자 정통성의 근거지가 된다. 나는 이 대장정에 대하여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첫째, 대장정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전개되었는가? 그들이 1년넘게 중국 대륙을 횡단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대장정 과정에서 마오쩌둥이 최고 권력자로 떠오르게 된다. 마오쩌둥은 어떻게 친소련 파를 견제하고 권력을 잡을 수 있었나? 셋째, 대장정은 패배와 도피의 과정이었으며 세력 대부분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대정정이 중국 공산당의 정신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장정의 전개 과정과 마오쩌둥이 실권을 잡아나간 과정은 앞서 소개했던 마오쩌둥 평전과 중국의 붉은별에서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도 이렇게 도피가 길어질지 예상하지 못했으며, 처음에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당면한 추격과 전투에서 도망쳐야 했었다. 이후 전투와 후퇴를 반복하며 중국 서북부로 새로운 근거지를 정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마오쩌둥이 공산당 최고 권력자로 부상하게 된다. 또한 장제스가 엄청난 군과 자원을 동원했음에도 공산당 세력을 뿌리 뽑지 못하게 되고, 여기에서 살아남은 공산당 세력이 훗날 중국 대륙을 차지했다는 것에서 대장정이 가지는 상징성도 일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장정이 지금과 같은 상징이 된 이유를 알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바로 공산당 그들이 말하고 싶은 대장정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궁금함에 답을 준 것이 지금 소개하는 '소설 대장정'이다.
이 소설은 대장정을 철저하게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이 정도면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서 무상으로 보급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 책을 보며 중국 공산당이 대장정에 부여하는 상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은 무능하고 부패하였으며, 이에 맞서는 홍군은 가진 것은 부족하나 정의롭고 용맹한 군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약탈하지 않으며, 오히려 홍 군에 합류하고 싶어 하는 민간인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자원과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영웅적인 희생으로 전투를 이겨나간다. 또한 전투 과정에서 오토 브라운을 위시한 소련의 전략과 전술이 실패하고, 마오쩌둥의 전술이 옳았음이 입증되어 그가 실권을 잡는 계기가 된다. 결국 대장정이란 부패하고 외세와 결탁한 장제스에 대항한 투쟁이었으며, 민심도 이를 지지했던 영광의 역사로 그려진다. 실제 역사적 진실은 다소 다를지라도, 적어도 중국 공산당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대장정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이 주는 재미가 하나 더 있는데, 두어페이지마다 삐지지 않고 들어가는 삽화가 꽤 훌륭하다. 역사적 객관성을 떠나 멋진 삽화가 가득한 영웅소설을 읽는다는 접근도 나쁘지 않다. 분량이 많아 보이지만 술술 잘 읽히니,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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