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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다채로운 중국 음식 이야기 - 차이니즈 봉봉 클럽

by 나비의꿈 2021. 1. 8.

한 때 같은 팀에서 일했던 중국인 동료 M이 있다. 한국말에 능통해서 일 하는 내내 물심양면 큰 도움이 돼주었던 고마운 이다. 그에게 듣는 중국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웠는데, 언젠가 양꼬치를 먹으며 나눴던 말이 기억난다. 장쑤성 출신 그는 멀리 하얼빈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양꼬치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후에 중국음식이라는 범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중식이라고 말하는 음식은 어떤 것들일까? 적어도 한국에 있는 동내 중국집에서 먹던 것과 비슷한 이미지의 음식을 중국에서는 찾기 어렵다. 마라로 유명한 쓰촨과 딤섬으로 알려진 광둥 요리가 완전히 다른 것은 물론 같은 매운맛이 특징이라도 쓰촨과 후난의 매운맛은 지향점이 다르다. 강한 향신료와 기름진 맛이 중국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윈난 요리를 맛보면 놀랄지도 모른다.

 

베이징 싼리툰에 있는 윈난식당에서.. 강햔 향신료와 기름진 맛이 물릴 즈음이면 윈난음식을 하는 식당을 찾는 일이 많다. 왼쪽 사진의 장미잼을 넣은 빵이 요즘 무척이나 생각난다.

거대한 중국 대륙은 위치마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다. 지역마다 민족이 다르고 과거에는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었던 적이 더 많았다. 다양한 지형은 물리적으로 지방을 갈라 놓기도 했고, 인접한 다른 나라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식문화를 다채롭게 했다. 우리나라도 경상도와 전라도가 다르고, 부산과 대구가 다르며 목포와 광주가 다르나, 중국 음식은 그 다름의 정도가 매우 크다. 이러한 다양성은 중국음식을 보다 매력 있게 만들어준다. 직접 가서 먹어보지 않더라도, 다채로운 중국음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책들이 몇 권 있어 소개한다.

차이니즈 봉봉 클럽

조경규 작가는 오랫동안 음식만화를 그려왔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제일 잘 그리는 작가다. 그의 만화 중 차이니즈 봉봉 클럽은 중국음식을 전문으로 다룬다. 지금까지 총 4권이 나왔는데 1,2권은 국내 중식당을 다루고, 3,4권은 베이징과 광저우의 음식을 다룬다. 현지 식당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나오는 음식도 실제 파는 메뉴를 그림으로 상세히 묘사하여 보는 즐거움 뿐 아니라 중국 음식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현지에서 제법 인기 있는 식당들이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에 맛집 가이드북으로도 유용하다. 소개된 곳 중 몇 군데는 베이징 드나들 때마다 종종 찾아가 보기도 했고 그중 단골이 된 집도 생겼다. 작가가 중국 다른 지역의 요리도 계속 연재할 예정이라고 하여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지아샤오관은 베이징에 가면 종종 찾는 집이다. 처음 이 집을 알게 되었을 때는 용안리 본점과 798지점 두 군데 뿐이었는데 최근(3~4년 전) 가보니 시내에 지점이 여러 곳 생겼다. 책에 나온 그림과 실제 음식 사진.

중국인의 밥상, 하이상하이

지역 별 중국 요리의 특성을 보다 상세히 알고 싶다면 중국인의 밥상이라는 책이 추천할만하다. 각 지역 별 특성과 대표 요리를 소개한다. 이런 내용의 번역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반가운 책이다. 책 분량이 적은 편인데 지역 별 음식 소개뿐 아니라, 차와 술, 식당 매너 등 언급하는 분야가 많다 보니 오히려 내용이 빈약해지고 산만해지는 게 아쉽다. 인터넷 서점에서 좀 더 분량이 많아 보이는 다른 책을 두어 권 찾았는데 기회 될 때 주문해 볼 생각이다.

 

하이 상하이라는 계간지도 있는데 (COVID-19 이후로는 나오지 않는다) 이 잡지도 즐겨본다. 중국 현지의 힙한 장소를 소개하는 잡지인데 요즘 다시 꺼내보는 일이 잦다. 소개된 음식이나 식당, 펍 기사들을 재독 하며 여행길이 막힌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중국 면식 바이블

중국 요리, 그중에서도 국수나 딤섬 같은 면식을 전문으로 다룬 요리책이다. 책의 절반 정도는 반죽과 성형에 대한 원리와 노하우, 나머지 반은 주요 면식 레시피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이런 책이 한글로 번역이 되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렇게 짧게 소개하기에는 아까운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적당한 기회에 보다 자세히 소개할 생각이다.

 

궁극의 맛은 사람 사이에 있다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이라는 다큐 감독이 쓴 책이라고 해서 읽어봤다. 기대했던 심도 깊은 음식문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방송국 PD가 쓰는 추억의 맛집 이야기 정도라 기대에 다소 못 미치긴 했다. 하지만 중국 서민 음식, 뒷골목 노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던 책이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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